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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문법이 바뀌다: 효율에서 ‘케미’로
Research
오피스 공간에 '휴먼 커넥션'을 심는 법
2026.01.08
3줄 요약
  • 감정을 배제한 효율 중심의 일 방식은, 오히려 협업 과정에서 이해의 어긋남을 키워 왔습니다.
  • 깊은 소통은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대화가 끊기지 않도록 돕는 영역성과 환경에서 만들어집니다.
  • 오피스 공간은 마주침을 넘어서, 공감과 신뢰가 쌓이며 일이 끝까지 이어질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 글은 '소통의 문법이 바뀌다: 효율에서 '케미'로'의 세 번째 아티클입니다.

 

① 말은 오갔는데, 왜 일은 안 굴러갈까?

② 문제의 실마리는 늘 '작은 대화'에서 발견된다

③ 오피스 공간에 '휴먼 커넥션'을 심는 법


감정을 배제할수록, 일은 더 어긋난다

요즘도 오피스에서는 감정보다 이성으로 일해야 한다는 생각이 여전히 만연합니다. 감정을 드러내면 덜 프로페셔널해 보이거나, 비효율적인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많은 조직이 감정을 최대한 배제한 채 합리성과 효율을 중심으로 일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감정적 거리감은, 오히려 협업 과정에서 이해의 어긋남을 키워 왔습니다. 겉으로는 일이 매끄럽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이해와 공감이 빠진 상태에서는 작은 오해가 계속 누적되고, 그 결과는 실행 단계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납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을 앞세운 소통이 아니라, 휴먼 커넥션입니다. 다시 말해, 공감과 신뢰를 통해 마음과 일을 함께 잇는 힘입니다.

오피스 공간에 '휴먼 커넥션'을 심는 법
공감과 신뢰를 통해 사람 사이의 마음이 연결될 때, 일의 맥락도 함께 이어진다.

깊은 소통은 ‘공감하는 척’을 멈추게 한다

팀 안에서 의견을 나눌 때를 떠올려 보면, 자기 아이디어가 아닌 동료의 아이디어는 한 번에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짧은 감탄사나 고개 끄덕임으로 대화를 넘깁니다. 실제로는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음에도, 대화의 흐름을 깨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이해를 확인하지 않은 채 넘어가는 선택에 가깝습니다. 깊은 소통이 이루어지는 순간은, 고개를 끄덕이는 대신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를 묻고, 그 아이디어가 나온 배경과 의미를 함께 맞춰가는 대화가 이어질 때입니다.

오피스 공간에 '휴먼 커넥션'을 심는 법
동료에 대한 공감과 존중이 있을수록, 팀은 서로의 아이디어를 제대로 이해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조직심리학자 박귀현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동료애의 유무가 분명한 차이를 만든다고 설명합니다. 서로에 대한 공감과 앞장서서 서로를 챙기는 행동력이 형성된 팀에서는, 팀원이 아이디어를 이야기할 때 이를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분명하게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알겠습니다”로 대화를 마무리하는 대신,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를 묻고, 그 아이디어가 나온 맥락을 확인하며, 의미를 맞추려는 상호작용이 이어진다고 말합니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동료애가 만들어내는 결과의 차이입니다. 동료애가 형성된 팀에서는 개별 아이디어가 쉽게 흩어지지 않고, 서로의 생각 위에 덧붙여지며 하나의 해법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동료의 아이디어를 끝까지 이해하려는 노력이 이어질 때, 그 생각은 개인의 의견에 머무르지 않고 팀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자산으로 전환됩니다. 그리고 이 차이가 결국, 팀의 실행력을 높여줍니다.


깊은 소통이 가능해지는 분위기와 환경

앞에서 살펴본 깊은 소통은 개인의 태도나 의지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서로 주고 받은 말과 생각이 같은 의미로 이해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만큼의 깊은 소통이 진행되려면, 대화가 쉽게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는 감각이 먼저 필요합니다. 주변의 시선이 의식되거나 대화가 언제든 끊길 수 있다고 느껴지는 상황에서는 중요한 질문을 꺼내기 어렵습니다. 그 결과 많은 대화가 충분한 확인 없이 “알겠습니다”라는 말로 마무리되곤 합니다.

대화가 더 이어지지 않는 상황을 두고 사람이 소극적이거나 솔직하지 않다고 판단하기 쉽지만, 많은 경우 문제는 개인이 아니라 그렇게 말해도 괜찮다고 느낄 수 있는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데에 있습니다.


영역성으로 만들어지는 깊은 소통의 환경

그렇다면 깊은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오피스 환경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그 핵심은 영역성을 부여하는 데에 있습니다. 일정 수준의 물리적 차단과 차폐를 통해, 지금 나누는 대화가 외부 자극에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감각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영역성은 완전히 닫힌 공간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시선이 직접적으로 노출되지 않고, 주변 소음의 간섭이 과하지 않으며, 심리적으로도 대화가 방해받지 않을 것이라는 안정감이 함께 형성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다시 말해, 시각적·청각적·심리적 영역성이 함께 확보될 때, 대화는 중간에서 끊기지 않고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오피스 공간에 '휴먼 커넥션'을 심는 법
POE 관찰 결과, 시선이 일부 차단되고 영역감이 형성된 라운지 좌석의 이용 빈도가 높게 나타난다.

POE(Post-Occupancy Evaluation: 거주후 평가)를 통해 고객사 업무 환경을 관찰해 봤을 때 또한, 진지한 업무 논의나 1:1 코칭처럼 생각의 배경과 판단의 이유를 함께 짚어가야 하는 대화는 공통적으로 이런 조건을 갖춘 자리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외부의 시선이나 소음에 크게 방해받지 않는 환경에서는, 보다 솔직하게 감정과 맥락을 드러내는 대화를 나누기 쉬웠습니다.

라운지 내 작게 구분된 대화 공간의 조성 비율은 최근으로 갈수록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 대한 선호는 공용 공간 구성의 변화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공용 라운지 내에 네 명 이하가 사용할 수 있는 작게 구분된 대화 공간을 조성한 비율은 2020–21년 26.5%에서 2024–25년 50.7%까지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실제 업무 중에는, 우연히 마주치는 열린 좌석보다 시선과 소음의 간섭이 줄어든 자리가 더 자주 선택되고 있었습니다.

공용 공간은 사람들 간의 마주침을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이러한 마주침이 깊은 소통으로 이어지려면 대화가 쉽게 끊기지 않아야 합니다. 따라서 현대의 오피스 환경은 단순한 열린 공간을 넘어, 필요할 때 시선과 소음의 간섭을 줄여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러한 영역성이 확보될 때 비로소 솔직한 대화가 가능합니다.

시선과 소음이 보호되는 영역성이 더해질 때, 마주치는 공간은 마주 앉는 공간으로 바뀐다.

깊게 나눈다는 것의 의미

깊게 나눈다는 것은 감정을 앞세워 이야기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미 공유된 이해와 생각을, 일의 맥락 안에서 끝까지 붙잡고 가기 위한 조건을 만드는 일에 가깝습니다. 회의에서는 결론이 공유되지만, 깊은 대화에서는 그 결론이 어떻게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함께 다뤄집니다. 이 차이가 일의 흐름을 좌우합니다.

깊은 소통은 일을 느리게 만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같은 논의를 반복하지 않게 하고, 실행 단계에서의 어긋남을 줄여 줍니다. 공감과 신뢰는 관계를 좋게 만들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일의 방향이 중간에서 흔들리지 않도록 지탱해 주는 기반입니다. 마음과 일이 함께 이어질 때, 조직은 불필요한 소모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지금 오피스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대화가 아니라, 이렇게 일이 끝까지 이어질 수 있는 깊이입니다. 깊게 나눌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질 때, 일의 맥락은 사람 사이에서 끊기지 않고 유지됩니다.

Editor
퍼플식스 스튜디오 강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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